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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매 미국주식
변동성은 작아야 좋은가? 본문
투자를 시작하면 뉴스를 챙겨보게 된다. 내가 투자한 기업에 대한 뉴스는 물론이고, 코스피 지수는 올랐는지, 한국 경제는 좋아지는지 심지어 미국 경기 소식까지 챙겨서 보게 된다. 일부러 챙겨서 보기도 하겠지만, 내 돈이 들어갔으니 나도 모르게 그런데 관심이 간다. 개인적인 투자를 제한하는 금융업계에서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적은 금액으로 ETF를 해보라고 권유한다. 자기 돈이 들어가게 되면 그냥 공부로 할 때와는 다른 차원의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뉴욕증시,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변동성 커져 (한국경제)
단기차익 노려…변동성 큰 종목에 '위험한 베팅' (한국경제)
비트코인 곧 큰 변동성 보일 것.. 하락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매일경제)
증시 관련 뉴스 중 상당수는 변동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변동성에 대한 뉘앙스는 뭔가 위험한 것, 피해야 할 것처럼 표현된다. 변동성은 그렇게 나쁜 걸까? 오늘은 변동성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평균과 표준편차
수학의 정석 맨 마지막 챕터인 확률과 통계. 사회에 나오면 무엇보다 중요한 지식인데, 제일 마지막에 있어서 중요치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단원이다.
다온이네 반 학생들의 영어점수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하시오.
90, 80, 70, 100, 60
문제를 풀라는 건 아니고, 고등퀀트에게 익숙한 평균과 표준편차 얘기를 하려는 거다. 평균(average)은 다 아는 거고, 편차(deviation)는 자료 값과 평균과의 차이를,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는 편차의 평균이다. 편차를 그냥 평균 내면 플러스(+), 마이너스(-)가 합쳐져서 0이 나오니까, 마이너스를 없애기 위해 제곱한 값으로 평균을 내 분산(variance)을 구하고, 여기에 루트(√)를 씌워 다시 표준편차로 바꿔준다.
주식에서 얘기하는 변동성(volatility)은 주가의 표준편차를 의미한다. 주가를 분석할 때도 수학 문제를 풀 때처럼 매일매일의 주가를 늘어놓고 평균을 구하고, 표준편차를 구한다.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이 심하면 표준편차가 커지고, 이런 상황을 변동성이 커진다(확대된다)라고 표현한다.
변동성은 작아야 좋은가
변동성이 작다는 것은 주가가 소소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변동성이 작은 종목은 다른 종목들이 폭락할 때 주가가 덜 빠지고, 다른 종목들이 달려가도 혼자 기어간다. 시장 상황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실적이 꾸준한 사업을 하는 종목들로 주로 음식료, 유틸리티(전기, 가스 등), 통신주 등이 있다.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지만, 많을 필요도 없는 상품을 다루는 기업들이 여기 속한다.
변동성이 작은 종목에 투자하면 경기가 불안할 때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고 다른 종목들이 달려갈 때는 아쉽다. 변동성이 작다고 주가가 아예 안 움직이는 건 아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이 작으니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속도가 느릴 뿐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경기가 좋아지는 시기에는 이런 종목들도 주가가 오른다.
변동성이 작은 종목은 배당을 잘 주는 편이다. 배당이라도 줘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준비를 위해 주식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망할 염려도 적고, 연금처럼 배당을 따박따박 주는 종목이 매력적이다.
변동성이 커야 좋은가
변동성이 큰 종목은 주가가 위아래로 크게 크게 움직이니 대세 상승기에 더 빨리 올라간다. 자산을 빨리 늘리고 싶은 투자자에게는 변동성이 큰 종목이 적합하다. 무엇보다도 투자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하락기에는 더 불안하다. 언론 기사가 변동성을 다룰 때 마치 위험한 것처럼 표현하는 이유가 이 불안심리 때문이다.
벼락 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은행 예금보다 주식 투자를 선택했다면, 너무 변동성이 적은 종목에만 관심을 갖는 것도 모순이다.
변동성을 너무 좋아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변동성 얘기를 하면 레버리지 상품이 함께 등장한다. KODEX 레버리지가 대표적인 상품인데, 기초자산이 1만큼 오를 때 레버리지 상품인 2만큼 오르는, 따불, 따따불 상품들을 말한다. 일반 주식보다 2배, 3배씩 많이 움직이니 가격이 상승이나 하락하는 폭도 그만큼 큰 높은 변동성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렇게 수익률을 2배, 3배로 찍어내는 레버리지 상품들은 일반 주식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수익률을 2배, 3배만큼 만들어내기 위해서 주식이 아닌 선물, 옵션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파생상품은 주식과는 다른 많은 특징들이 있는데, 다 설명하려면 책 몇 권 분량이다. 여기서 주목할 특징은 만기가 있다는 것이다. 만기(유통기한)이 있는 상품은 시간이 흐르면 소멸된다. 레버리지 상품은 내부에 유통기한이 있는 상품을 담고 있기 때문에 오래 보유하면 가치가 기본 상품만 못해진다.
이해를 위해 간단히만 설명했고, 레버리지 상품의 자세한 운용 구조는 향후 ETF를 다룰 때 설명하기로 한다.
변동성은 선택하는 것
변동성이 크다 또는 작다라는 말은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변동성은 가격의 방향이 아니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본인의 투자 전략과 변동성의 크기가 적합한지를 알고 선택해야 한다. 어차피 주식시장에 들어왔다는 것부터가 은행 예금보다 무지하게 높은 변동성을 선택한 것이다. 고변동성을 좋아한다고 도박꾼도 아니고, 저변동성을 좋아한다고 쫄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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